코로나19 사태가 소강 국면에 접어들면서 카지노 패권을 둘러싼 한·중·일 경쟁이 다시
불붙고 있다. 한국 정부가 주춤한 사이, 내·외국인 모두 출입하는 '오픈 카지노'를
유인책으로 내건 일본이 한국을 점찍었던 세계적 카지노 기업 시저스와 MGM 쌍포를
연이어 낚아채면서 포문을 열었다.
관광 전문가들은 외국계에 카지노게임 문호를 개방한 2014년 이후 7년째 그대로인 복합리조트
정책에 대한 전면 수정과 재검토가 없다면 한·중·일 '카지노 삼국지' 경쟁에서 낙오될
수밖에 없다는 우려 섞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 한국에 실망한 시저스, 결국 일본行
가장 충격적인 건 시저스그룹의 일본행이다. 외국인 카지노 자본에 문호를 개방한 2014년
허가권을 따내며 한국 진출을 선언한 시저스그룹이 영종도 미단시티 복합리조트 사업에서
철회 의사를 공식화한 건 7년 만인 올 초다. 표면상 이유는 파트너사인 중국 푸리그룹과의
불화였지만, 한국 정부의 무관심이 결정적인 결별 요인이 됐다는 설이 일반적이다.
미단 복합리조트 사업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코로나19라는 외생 변수가 생겼지만 카지노
허가권을 쥐고 있는 문화체육관광부의 무관심과 관리 소홀이 결정적 이유였다"며 "문체부
내 카지노 담당 책임자만 10번 이상 바뀐 것으로 알고 있다. 전문가가 아예 없으니, 사업이
제대로 굴러갈 리 없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시저스그룹은 문체부와 인천경제자유구역청에 자금 조달 등 약속을 어긴 파트너사
푸리그룹에 대해 관리감독을 해줄 것을 요구하는 공식 문건을 6차례 이상 보냈지만, 해당
기관들은 무대응으로 일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균열을 일본이 놓치지 않고 파고들었다. 한국 사업 철회를 공식화한 직후 일본
와카야마의 클레어베스트 복합리조트가 '오픈 카지노'를 내세워 시저스를 바로 끌어들인
셈이다.
MGM의 일본행도 뼈아픈 일격이다. 꾸준히 부산 북항에 복합리조트 설립을 요청했던
MGM은 외국계에 2개 이상 카지노 허가권을 줄 수 없다는 '진입장벽'에 막혀 일본행을
택했다. MGM 역시 일본 진출 공식 발표와 함께 9조원의 투자 계획을 밝히며 탄력을 붙이고
있다.
이와 관련해 문체부 측은 "관리 소홀 문제가 아니다. 코로나 등 시장 상황이 최악으로
치달으면서 벌어진 일"이라며 "시저스 역시 외국인 카지노만으로 시장성이 없다고
판단하고, 오픈 카지노가 가능한 일본으로 방향을 선회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 영종도 카지노 클러스터 사업도 '빨간불'
영종도 카지노 클러스터 사업 진행도 초비상이다. 이 사업은 7년째 제자리다. 한 축인 푸리
리조트는 7년째 공정률이 20% 후반에 불과하다. 다른 한 축인 인스파이어그룹의 사업도
10%대에 머물고 있다. 유일하게 토종 업체 파라다이스그룹만 복합리조트를 완공해 영업에
들어갔다. 카지노 허가권을 쥔 문체부가 수수방관하면서 이들 두 외국계 회사의 사업은
연장에 연장만 거듭하며 올스톱 상태다. 문체부에 제출한 사업시행계획에 따르면 미단시티
복합리조트는 2020년 이미 완공이 됐어야 했고, 인스파이어 역시 내년 초까지 1단계
사업인 외국인 카지노와 5성급 호텔, 파라마운트픽처스 실내 테마파크, 공연장(아레나)을
완공해야 하지만 물리적으로 실현 자체가 불가능한 셈이다.
카지노 전문가들은 시저스와 MGM 두 메이저 그룹의 이탈이 향후 '큰손'들의 엑소더스로
이어질지 예의 주시하고 있다. 일단 일본과 중국의 공세는 더 노골화할 전망이다.
일본 정부가 미는 모델은 오픈 카지노다. 아베 신조 정부 때 경쟁자 한국을 따돌리기 위해
오픈 카지노 3개 설립을 공론화했고, 선제공격에 나선 것이다. 일본 모델은 외국인만
출입할 수 있는 한국의 영종도 모델과 달리 내국인과 외국인 모두 출입할 수 있는 형태다.
시장 규모만 놓고 계산해도 오픈 카지노 시장이 5배 이상 커 파괴력이 높다는 게 정설이다.
본토 내에 오픈 카지노 허용을 추진하고 있는 중국의 화력도 만만치 않다. 중국 정부가 카지노를 통한 '국부 유출'을 심각한 문제로 받아들이면서 규제를 강화하고 있고, 심지어 마이크로게이밍 오픈 카지노까지 자국 내에 설립된다면, 이들 큰손의 한국행 아웃바운드 수요를 흡수할 수밖에 없다.
코로나19 이전에 중국인 관광객이 한국 카지노 시장의 절반 이상을 점령했기에 향후
타격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복합리조트 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이미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 회복) 분위기와 함께
마카오 등 카지노 강국들이 유치전을 펼치고 있다"며 "지금 패권 싸움에서 밀리면
100조원대에 달하는 카지노 시장에서 낙오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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